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 이 영화는 굉장히 직선적으로, 그리고 단순하게 돌파하며 그려낸다. 실제 전쟁 발발 원인과 그 과정에 얽힌 개인과 조직과 권력과 그 뒤를 조종하는 자본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거대할텐데, 쉽고 명쾌하게 하나의 실마리, 즉 WMD(대량살상무기)가 있었느냐 없었느냐라는 의심을 잡고 그것만 팬다.
이런 방식은 영화를 즐기기에 나쁘지 않다. 생각해보면 이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 상당수는 이미 이라크 전쟁의 진실에 대해서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고, 그렇다면 이렇게 이야기의 맥을 하나로 압축해서 끌고 가더라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꽤 잘 이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평범한 미군인 주인공 로이 밀러 준위(맷 데이먼 분)는 WMD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고 그 뒤를 캔다. 영화의 주인공은 남들보다 뛰어난 정의감이나 의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저 단지 자신에게 떨어지는 명령과 자신이 행동한 결과의 불일치에 대해서 의심을 갖고 그 진실을 알려고 할 뿐이다.
그가 진실에 다가설 수록 관객들이 그의 신변에 대해 불안해지게 되는 것은 그가 영웅이 아니라 그저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맡은 맷 데이먼은 이러한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연출 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폴의 영화는 묵직한 사회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개개인의 사연을 억지로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는다. 캐릭터가 자신의 상황에 대한 진실을 인지했을 때 발생하는 긴장감을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전달한다. 그는 카메라를 통해 현실 속의 실질적인 뭔가를 포착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한다. 배우로서 그 과정에 동참하다 보면 일종의 페이소스를 느끼게 된다."
물론 단순히 도식화하다보니, WMD에 관한 진실을 숨긴 채 이라크 전쟁을 도발하는 '악의 축'은 단순히 미국방부의 한 개인으로 대표되어 나타나고, 모든 것을 알아낸 후의 해결 방법도 언론사에 이 사실을 알리는 것외에는 없다. (조선일보 영화 평을 보니까, 결국 이렇게 언론에 기댈꺼면서 언론이 정부의 조작에 놀아난다고 뭐라 한다며 은근히 이 영화를 조롱하더라. 이거슨 언론인가 초딩인가)
그러나, 이 엄청난 음모와 복잡한 사건을 한 개인이 해결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주인공은 목숨을 걸고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진실을 알렸다. 그 이후는 대중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해결은 우리가 해야 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영화에서나 실제에서나 이라크에는 대량살상무기 따위는 없었다. 2년간 다국적군과 유엔에서 이라크 전역을 샅샅이 뒤졌으나 결국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만큼 위험했으니 그를 제거한 것만으로도 그에 비견할 만하다며 궤변으로 마무리 한 상태이다.
이 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인 사망자는 9만명에 달하고. 난민은 450만명이 발생했으며, 4천명의 미군이 사망했다. 이라크는 여전히 연일 테러와 사망자가 발생하는 혼돈 상태이다. 미국이 만들어낸 구호에 넘어가서 애꿎은 민간인과 군인들이 죽어갔고, 이라크는 절단났고, 검은 세력은 돈을 벌었다.
이제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WMD 타령을 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을 거울삼아 본다면, 그들에게 북한 핵무기의 실제 존재 여부는 중요치 않을 것이다.
덧붙임 1. 영화 제목인 그린 존은 이라크 바그다드 내에 설치된 안전지대인데, 영화 속에서 딱 한 장면, 비키니 차림의 아가씨들과 맥주와 콜라병을 든 남자들이 수영장에서 한가롭게 쉬는 휴양지의 모습 으로 나올 뿐이지만 많은 것을 함축한다.
덧붙임 2. 본 시리즈의 감독과 배우에 걸맞게 영화 속 액션과 구성도 상당히 재미있다. 이라크 전쟁의 진실과 상관없이도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